EPIC이 작년 처음으로 Anniversary 쇼로 치뤄진 뒤, 올해도 2년 연속 애니버서리 쇼로 치뤄졌습니다. 애니버서리 쇼들은 다 좋았지만, EPIC이라는 이름이 붙은 쇼들은 사실 퀄리티가 훌륭하진 못했습니다. 2010년 첫 EPIC 쇼는 EPIC이라는 타이틀이 약간 민망할 정도의 매치업이었고, 2011년과 2012년도 그냥 좋은 쇼 정도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올해는 AAW 헤비웨이트 챔피언 마이클 엘긴, AAW의 상징과 다름 없는 사일러스 영, 그리고 홀리스터와 메인급 대립을 펼치던 쌔미 칼러한같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애니버서리 쇼라는 특별한 느낌도 많이 줄었고, 꽤나 우려스러웠던 매치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쉐인 홀리스터와 지미 제이콥스 그리고 데이비 리쳐즈와 ACH가 이 쇼를 살렸습니다. 좋은 언더카드 매치들도 있었으나, 이 쇼는 마지막 두 경기를 위한 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홀리스터의 경기 전 프로모. "지미 제이콥스. 한땐 우러러 봤지만, 오늘 넌 열차가 오는 트랙 위에 선 꼴이야."
지미 제이콥스가 피를 흘리자 그의 이마를 집중 공략한 홀리스터
잘 안보이지만 눈에 멍이 들어있던 스칼렛
스칼렛 "I need to talk to Sami..."
쉐인 홀리스터와 지미 제이콥스는 단연 올해 최고의 경기 중 하나였습니다. 먼저 홀리스터 대 제이콥스라는 매치업을 부킹한 것은 아주 설득력 있었습니다. 지난 2월 Dirty Deeds 흥행에서의 4자간 AAW 헤비웨이트 타이틀 #1 컨텐더쉽에서 제이콥스는 캐넌의 슈퍼킥에 홀리스터에게 핀폴까지 허용하면서 경기에서 다소 억울하게 패배했기 때문이죠. 다만, 두 선수가 특별히 대립관계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격렬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격렬함과 드라마가 담겨졌던 경기였습니다. 처음 약 10분 간의 경기는 초반에는 선역이 앞서고, 악역이 비겁하게 주도권을 빼앗은 뒤, 선역이 다시 기운을 차려 공방전을 펼치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제이콥스가 자신의 수어사이드 다이브를 홀리스터가 피하는 바람에 가드레일에 이마를 부딪쳐 피를 흘리는 장면부터 경기가 특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홀리스터가 제이콥스의 이마를 집중공략하면서 경기 템포가 빠르진 않았지만, 홀리스터의 여유넘치는 악역 쇼맨쉽 덕분에 경기가 결코 지루하지 않았고, 대립 상대인 칼러한을 흉내내는 장면이 나온 것도 아주 탁월했습니다. 제이콥스는 스피어로 반격에 나섰음에도 홀리스터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다시피 하면서 Underdog으로써의 역할을 잘 수행해냈습니다. 홀리스터는 제이콥스의 콘트라 코드, 세컨 로프 다이빙 커터, 엔드 타임을 모두 멋지게 카운터를 해내면서 경기를 압도해나갔습니다. 두 선수가 리버스 라나와 식 킥을 주고받은 뒤 부터는 경기 양상이 좀 더 치열하게 흘러갔고, 제이콥스가 콘트라 코드로 아주 아슬아슬한 니어폴을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홀리스터가 엔드 타임을 브레인버스터로 반격하고, 셔그스 라스트 기프트를 작렬시키면서 결국 기나긴 경기를 완벽하게 마무리지었습니다. 막판 스칼렛과 마르커스 크레인의 난입은 경기의 흐름상, 그리고 스토리라인상 나쁘지 않았습니다. 홀리스터는 트리플 크라운 챔피언인 지미 제이콥스를 잡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값진 승리를 쟁취했고, 지난 쇼에서 칼러한에게 당했던 패배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경기 후 ACH를 인정하는 척 하다 하이킥을 날려버린 데이비 리쳐즈
데이비 리쳐즈와 A.C.H.의 경기는 메인 이벤트다운 뛰어난 경기였습니다. 다만, 너무 길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으로는 거의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고, 데이비 리쳐즈의 악역으로써의 경기운영은 훌륭했습니다. 링사이드에서 ACH를 걷어차고, 다시 걷어찰 듯 하다가 링 안으로 들여보내는 장면은 최고였습니다. 의외로 Reversal이나 카운터가 생각보다는 많이 없이 두 선수가 서로에게 지체없이 기술을 작렬시키는 담백한 공방전을 펼치지다 데이비가 ACH에게 드래곤 스크류 휩을 작렬시킨 뒤로는 앞전의 지미 제이콥스 대 쉐인 홀리스터처럼 데이비가 ACH의 다리를 집중공략 하면서 경기 템포가 확 느려졌습다. 대신이비가 섭미션에는 능한 선수답게 ACH의 다리를 잘 공략하면서 경기 운영을 잘 해냈죠. 다만 아쉬웠던 건 스토리텔링적인 측면입니다. ACH가 스터너로 반격하면서 힘을 낸 뒤 너무 멀쩡하게 세컨 로프에서 백플립으로 뛰어내리고, 브릿지 핀까지 하면서 다리에 대한 접수를 전혀하지 않았다는 점 입니다. 또, 두 선수가 서로의 확실한 피니셔에도 지나치게 킥아웃을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데이비 리쳐즈가 샤프 슈터를 건 상태에서 경기가 종료되었는데, 경기 종료 10분 전부터 몇 분 남았다고 링 아나운서가 예고를 해줬다면 경기가 드라마틱하지 않았을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타이틀의 가치가 다소 떨어져있던 헤리티지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상승세에 있던 ACH와 헤비급 타이틀 도전을 앞두고 있는 데이비 리쳐즈였기에 무승부가 최선의 결과로 보이기도 했으나 과감히 ACH가 승리하는 쪽으로 갔다면 경기 자체는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위의 리즈 시절에 비하면 살이 많이 붙은 마렉 브레이브
AAW에 데뷔한 크리스챤 로즈
9주년 기념쇼를 맞이해 과거 타일러 블랙(現 WWE의 세스 롤린스)과 AAW 역사에 길이남을만한 기념비적인 대립을 펼쳤던 마렉 브레이브가 등장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챤 로즈를 AAW의 전설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마렉 브레이브와 난투를 시키며 데뷔시키는 발상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크리스챤 로즈가 마렉 브레이브와의 난투극에서 완전 밀리면서 데뷔부터 너무 약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 것 같습니다. 관중석에 들어가면서까지 격렬한 난투를 펼치기 보다는 크리스챤 로즈가 그냥 마렉 브레이브를 짓밟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AW 태그팀 타이틀 #1 컨텐더쉽은 꽤 볼만했습니다. 경기 막판에 선수들이 링 밖에서 하나 씩 뛰어드는 장면이 역시 멋졌고, 라마르 타이탄이 이번에도 직접 핀폴승을 거두면서 조용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AAW 태그팀 챔피언쉽은 역시 빠른 공방이 펼쳐진 좋은 경기였는데 베가 & 핏쳇 팀이 빠른 시간에 깨끗하게 져버린 것이 아쉬웠습니다.
키스 워커의 챱에 아주 걸레짝 일보직전의 상태가 되어버린 라이언 보즈의 가슴팍
AAW의 매치메이커 토니 리칸의 머리를 밀어버리는 나이트 와그너
조던 매킨타이어와 크로치 경기는 매킨타이어의 스쿼시 매치로 미스치프 대 하이디 러블레이스 만큼이나 별로 의미가 없었지만, 바로 다음에 있었던 라이언 보즈의 등장 그리고 키스 워커와의 짧았던 경기는 대단했습니다. 두 선수가 2분 여간 나눈 챱 공방은 저도 모르게 제 가슴팍을 새삼 부여잡게 될 정도로 강렬했고 잔인했습니다. 특히 뻘겋게 달아오른 라이언 보즈의 가슴팍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라마르 타이탄과 트위크 피닉스로 경기가 끝나버렸지만, 두 선수가 후에 제대로 된 싱글 매치를 가진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습니다. AAW 스탭과 선수들이 라이언 보즈와 키스 워커의 난투극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을 때, 나이트 와그너가 토니 리칸을 밀어버린 것은 정말 놀라운 장면이었는데 로우 카드 쪽 대립임에도 생각보다 격하게 감정싸움이 진행되면서 눈길이 가기 시작하네요.
오프닝 태그 매치와 준타이 밀러 대 프린스 무스타파 알리의 경기가 언더카드 매치들 중에서는 눈에 띄게 좋았습니다.
Who Is Legal?을 외친 관중들에게 보란듯이 알렉산더와 태그하고 중지를 들어보였던 이던 페이지
폰테인과 린던은 함께 태그팀으로는 처음 호흡을 맞춘 경기였는데 기대 이상의 태그팀 무브들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태그팀 디비젼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습니다. 이던 페이지와 조쉬 알렉산더는 AAW 데뷔무대였는데, 첫 경기부터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몬스터 마피아의 태그팀 기술은 대체로 이던 페이지가 자신의 주기술에 약간 변화를 줘서 조쉬 알렉산더와 맞춘 형태였습니다. 경기 막판의 치열했던 공방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고, 현장 관중들도 경기 막바지가 되어서야 Who is legal?을 외칠 정도로 경기에 빠져들었습니다. 관중들의 Who Is Legal?을 악역답게 욕으로 받아친 이던 페이지 덕분에 이 경기에선 리걸 룰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큰 마이너스 요소가 되진 않았습니다. 폰테인과 린던이 경기 마무리 과정은 경기 끝나고 순간 관중들이 기립할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준타이 밀러 대 프린스 무스타파 알리는 훌륭했습니다. 두 선수가 초반에 괜찮은 레슬링 공방을 펼쳤고, 프린스 알리가 밀러의 팔에 450도 스플래쉬를 작렬시키면서 상당히 창의적인 공격으로 경기 중반부에 좋은 경기운영을 펼쳤습니다. 몸을 뒤로 굴렸다가 크로스페이스로 기술을 이어가는 모습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두 선수가 스팟형 레슬러로써의 기질도 있는만큼 경기 막판에는 가드레일을 향한 슈플렉스나 에이프런에서의 리버스라나같은 인디다운(?) 큰 기술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거기서 더 큰 기술을 퍼붓는 과욕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시점에서 경기가 끝난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밀러는 최근 계속해서 좋은 경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스쿼시성의 경기들도 있었지만 뛰어났던 언더카드 매치 두 경기에 올해의 경기 후보급이라고 할만한 마지막 대단했던 두 경기와 함께 훌륭한 쇼가 되었습니다. 경기 외적으로도 트루쓰 말티니의 복귀 예고 프로모, 그리고 홀리스터에게 맞고 눈탱이 밤탱이가 되고는 아예 무시 당하기 시작한 스칼렛이 I need to talk to Sami라고 말하는 장면, 와그너의 행동에 결국 단단히 화난 토니 리칸의 모습까지 스토리의 빠른 전개와 많은 의문점들로 다음 쇼를 더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 스토리라인에 경기 퀄리티까지,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는 듯한 AAW네요!
1. Marion Fontaine & Louis Lyndon def. Monster Mafia(Ethan Page & Josh Alexander) (11:16) ***1/2
2. MsChif def. Heidi Lovelace (4:28) *1/2
3. Juntai Miller def. Prince Mustafa Ali (14:07) ***3/4
4. AAW Tag Team Title #1 Contendership : Lamar Titan & Tweek Pheonix(w/Kevin Harvey & Nikki) def. Chrsitian Able & TD Thomoas, Dan Lawrence & Markus Crane and Zero Gravity(CJ Esparza & Brett Gakiya) (9:52) **3/4
5. AAW Tag Team Championship : Irish Airborne(Dave & Jake Crist) (C) def. Davey Vega & Mat Fitchett (10:52) ***
6. Jordan 'Francois" McIntyre def. Krotch (1:44) 3/4*
7, Ryan Boz vs. Keith Walker (2:47) - No Contest
8. First-Time-Ever : Shane Hollister(w/Scarlett & Markus Crane) def. Jimmy Jacobs (25:06) ****1/2
9. Non-Title : AAW Heritage Champion A.C.H. vs. Davey Richards - Time Limit Draw (30:00) ****
8.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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